[탐방]하늘이 숨겨놓은 숲길, 천장산

By. 안효진 에디터

- 홍릉에 인접한 청량리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의 눈으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길들을 찾아 보며 '걷기 좋은 동네', 홍릉을 산책하다.



회기동과 청량리동 일대를 포함하는 홍릉에는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차들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대로변 바로 옆에 울창한 나무가 가득한 둘레길이 있고, 사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숲이 있다. 높은 건물로 가득한 서울 도시 한복판에서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온전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이곳은 홍릉이다.

 



국립산림과학원(홍릉수목원)과 카이스트 서울캠퍼스 사이에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는 작은 입구가 있다. 신경 쓰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 작은 문이 바로 천장산 숲길의 시작점으로 경희대 후문까지 이어지며 약 40분 정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다.

 

천장산(天藏山)은 동대문구 청량리동, 회기동, 이문동과 성북구 석관동, 월곡동에 걸쳐있는 산으로 높이는 140m이며 풍수지리상 명당터로 손꼽히는 곳이다. ‘천장산’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에 ‘하늘이 숨겨놓은 곳’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졌으며 그 이유 때문에 천장산 일대는 조선 왕가의 묘지로 조성되었다. 경종과 계비 선의왕후 무덤인 의릉이 북동쪽에 있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으로 시해된 명성황후의 묘가 고종의 승하로 남양주 홍릉에 합장되기 전까지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고종의 계비이자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귀비 엄씨의 묘인 영휘원과 영친왕의 아들 이진의 묘소인 숭인원이 있으며 이를 ‘홍릉’이라고 부른다.


천장산 지명의 유래처럼 마치 하늘이 산속 고요한 곳에 남몰래 숨겨놓은 것 같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천장산 숲길이 주민들에게 개방되기 시작한 건 2020년 초로, 아직 지역 주민들에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책로다. 이곳을 알고 찾아오는 주민들은 아침 일찍 천장산 둘레길을 걸으며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지형에 맞춰 나무 데크 및 계단을 설치하고 기존 임도를 활용한 숲길이라 자연과 더 조화로운 느낌을 준다. 천장산 숲길 입구에서 출발하면 끝없는 나무 데크 계단이 이어진다. 나무 데크 길을 걸을 때마다 들리는 나무 데크의 통통 튀는 소리는 산책하는 발걸음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데크 길과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양옆 나무 난간에 걸려있는 사진 액자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진 옆에는 사진을 찍은 작가 소개가 간단히 나와 있는데, 모두 사진작가협회 동대문구지부 사진작가분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이곳은 ‘천장산 갤러리’이다. 끊임없이 걷다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 천장산 갤러리에서 만난 작품들을 감상하며 쉬어보자.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계속 걸어 올라가다 보면 또 다른 길을 마주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무 계단 위주의 산책로였다면, 이제는 흙을 밟을 수 있는 경사로가 등장한다. 종종 흙길과 돌길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둘 다 나름의 고유한 매력을 가진 길이었다. 이곳 천장산 하늘길 산책로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이렇게 나무 계단과 흙길을 모두 밟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흙길을 따라 10분 정도 더 걷다 보면 천장산 정상에 도달한다. 천장산 정상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산의 정상과는 조금 다르다. 나름 천장산 정상을 알리는 나무 팻말이 고도 140m를 알리고 있지만, 다른 산과 같이 하늘이 탁 트인 정상 뷰를 이곳 천장산 정상에서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조금 더 내려가다 보면 어느 높은 산 부럽지 않은 시티뷰를 만날 수 있으니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천장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은 다시 나무 데크 계단으로 이어진다. 입구부터 정상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나무 데크 길이다. 정상까지 올라오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과 오르막으로 힘들었다면,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입구부터 정상까지 이어진 길은 대부분 나무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변이 녹색으로 가득했다면, 지금부터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녹색의 자연과 푸른색의 시티뷰를 모두 즐길 수 있다.

계단을 오르고 경사로를 걸을 때는 힘이 들어 그런지 주변 풍경이나 하늘에 눈길이 가지 않았다면, 내려오는 길은 비교적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하늘과 주변 풍경에 더 눈길이 간다. 올라오는 길은 유산소 운동을 위한 코스였다면 내려오는 길은 자연과 하늘 사이를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이렇게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게 이곳 천장산 산책로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다.

 

그렇게 자연과 하늘에 둘러싸여 내려오다 보면 천장산의 ‘뷰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바위가 나온다. 조금 전 고도 140m의 천장산 정상에서 기대했던 정상 뷰를 보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을 이곳 뷰포인트에서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특히, 하늘이 맑은 날이면 그 어느 높은 산 부럽지 않은 동대문구와 성북구의 탁 트인 시티뷰를 한눈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낮에 보는 시티뷰뿐만 아니라 해가 지고 밤에 오르며 보는 천장산의 야경도 정말 아름답다. 비로소 이곳에 서서야 ‘아, 여기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산이었지?’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그만큼 천장산 둘레길에서는 자연에 둘러싸여 걸으며 온전히 여기, 이곳, 이 시간에 몰입하는 산책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뷰 포인트를 찍고 다시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천장산 하늘길의 마지막 도착지라고 할 수 있는 숲속 작은 도서관(이문어린이도서관)이 나온다. 천장산의 분위기에 정말 잘 어울리는 작고 아기자기한 어린이 도서관과 그 옆에 동네 아이들이 가꾸는 작은 텃밭이 있다. 귀여운 텃밭과 숲속 도서관 앞에서 이 산행의 끝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산책로에서 완전히 나와 동네 골목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경희대 후문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더 다양한 산책로가 연결 및 개방되어 성북구 방향, 동대문구 방향으로 나뉘어 출발지와 도착지를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모두를 위해 목줄과 배변 에티켓 준수 하에 반려견과도 함께 걸을 수 있다.

보통의 산처럼 시원한 약수가 흐르는 약수터도 없고, 높은 산 정상에 인증샷 찍을 완등석도 없다. ‘산행’이나 ‘등산’이라는 거창한 표현이 조금은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가볍게 걷기 좋은 도심 속 숲길, 천장산. 우리 동네 자연을 느끼며 편하게 걷기 좋은 산책길을 찾고 있다면 ‘천장산 하늘길’로 향해 보자.


 

천장산 하늘길 점등, 소등 시간

점등 : 일몰 ~ 23:00 / 05:00 ~ 일출

소등 : 23:00 ~ 05:00


editor. 안효진 



#홍릉산책  #천장산  #동네뒷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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