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순간이 기록되는 곳, 회기동 사진관 '사진공방'

By. 이현정 에디터

- 옛날 스티커 사진샵처럼 무인 포토부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요즘, 회기의 어느 사진관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며 사진과 사진사의 의미를 되새겨보다.



모두의 사진관, '사진공방' 김선민 사진사 인터뷰

경희대학교 정문을 지나 회기역으로 가는 길에는 다양한 포토부스들이 있다. 친구와 헤어지기 전, 무인 포토부스를 찾아 사진을 찍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회기에서의 하루를 4컷 혹은 6컷의 사진에 기록한다. 회기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오늘이 기록되는 곳이다.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사진사의 셔터 소리에 맞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시간도 그립다.

흘러가는 하루를 더 이상 지나간 날로 머무르게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친구들과 마주 보며 활짝 웃는 사진이 아니어도 좋다. 어색한 증명사진과 여권사진에도 그 순간이 담겨 있으니.

정겨운 셔터 소리가 들리는 회기 골목길 사진관 ‘사진공방’을 찾았다.



현   소개 부탁드려요.

    회기동에서 사진공방을 운영하는 사진 찍는 사람 김선민입니다. 사진공방은 회기동 골목길에 위치한 사진관이고요. 현재 거주하는 곳과 가까운 회기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현   사진관 이름을 사진공방으로 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가게 앞에 놓인 ‘사진관’이라는 간판도 눈길을 끌었고요. 이유가 있을까요?

     먼저, ‘사진관’이라고 크게 쓰인 간판을 둔 건 직관적으로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려드리기 위해서죠. 

사진관 이름이 사진공방인 이유는 가죽공방에서의 경험 때문이에요. 예전에 가죽공방에서 카드지갑을 만들어 본 적이 있어요. 그때 기계로 찍어내는 기성품이 아닌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모습을 보고 상호에 대한 아이디어가 번뜩였죠.

저 역시 사진 촬영 때 이미 세팅이 끝난 조명만 켜서 대충 촬영하지 않으려 해요. 손님들의 얼굴형에 맞춰 조명을 맞춰드리고, 개개인의 특성을 살려 후보정을 해드리자는 생각으로 상호를 정하게 되었어요.


현   사진공방 리뷰를 찾아보니 저렴한 가격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더라고요. 가게 운영에 있어 저렴한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나요?

    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사진을 제공해 드리는 게 사진공방의 콘셉트이거든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죠.


사진공방 실내의 모습. ⓒ 이현정 에디터


현   사진공방에서의 하루가 궁금해요. 

    11시 30분에 오픈인데 보통 아침 10시에 나와 있어요. 전날 밀린 작업이나 청소를 해요. 퇴근 시간은 유동적이에요. 보통 자정쯤 들어가는 것 같아요. 거의 하루를 사진관에만 있는 거죠.

사실 하루가 특별하게 흘러가진 않아요. 그냥 사진 촬영 하고, 작업하면서 소소하게 흘러가요. 에디터님이 사진관은 많은 사람의 하루가 기록되는 곳이라고 하셨는데, 하루 중 그 ‘순간’이 기록되는 곳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저는 그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이죠.


현   사진공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혹은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신분증 사진 촬영을 위해 방문해 주셨던 때가 기억이 나네요. 할아버지가 무척 무뚝뚝하셨는데, 그날따라 두 분의 커플 사진을 남겨드리고 싶더라고요.

신분증 사진 촬영이 끝나고 두 분께 조심스럽게 여쭤봤어요. 돈은 안 받을 테니 촬영해드려도 될지요. 그때 할아버지께서 무슨 커플 사진이냐며 손사래 치시면서도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만지시더라고요.

그러더니 할머님을 옆에 앉히시며 여기 앉으면 되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촬영을 해드리는데 독사진을 찍을 땐 무척 무뚝뚝하시던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손도 잡아주시고 활짝 웃으셨어요. 촬영이 다 끝나고 사진관을 나가시는데 결혼식 이후 처음 찍어보는 커플 사진이라며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제가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고 있는 사람이구나.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종종 어르신 두 분이 함께 오시면 커플 사진을 무료로 촬영해 드리곤 해요.


현   마지막으로, 사진공방이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지 궁금해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곳이고, 누군가에게는 생애 마지막 흔적을 남기는 곳이며, 누군가에게는 두근거리는 출발의 장소, 또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랑의 한 순간인 곳으로 남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증명사진 한 장을 부탁드렸다. 꼼꼼하게 옷매무새와 머리 손질을 마친 후, 조명이 밝게 비추는 의자에 앉자 조금 경직됐다.

그때 사진사님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렇죠. 표정 좋아요.” “눈에서 레이저 쏘세요!” “잘하고 계세요.” 경직된 얼굴이 풀리고, 자연스러운 미소가 담긴 증명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순간이 기록되는 곳. ⓒ 김선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사진공방을 찾아온 손님들이 많았다. 다른 사진관과 다르게 예약제로 운영되지 않아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로 손님을 맞이한다.

사진 촬영이 시작되면 가게의 모든 불이 꺼진다. 조명의 하이라이트는 손님을 향하지만 누군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사의 자리 역시 어두운 곳에서도 빛났다.


editor. 이현정


※ 2022년 하반기 사진공방 영업 종료



#회기동  #사진관  #사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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