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8일, 회기동에서 지역축제 11 FESTA(일레븐 페스타)가 열렸다. 그날의 다채로웠던 저녁 풍경을, 가을을 온전히 즐긴 밤을 스케치하다.
2022년 10월 28일, 경희대로에서 열린 11 FESTA(이하 '일레븐 페스타') 축제 현장을 찾았다. 나는 6시쯤 방문하여 일레븐 페스타의 저녁 풍경을 둘러보고, 담아보고, 그려보았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현수막은 축제가 진행되고 있음을 실감나게 했고, 나를 들뜨게 했다.
일레븐 페스타가 열리는 경희대 정문 인근 상권에서는 밤 8시까지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모두가 축제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조치였다. 골목 초입에서부터 기분 좋은 노랫소리가 들려 왔고, 거기에 더해 “오늘 무슨 축제 한다던데?”, “우리도 가보자!” 같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밤이 되며 유동 인구가 많아진 덕인지 동행 없이 혼자 왔는데도 쓸쓸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사람 구경, 주변 구경을 하며 유독 힘들었던 시험기간 뒤의 힐링 타임을 즐겼다. 아마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밤의 향기와 공기, 그리고 거리 곳곳에서 느껴진 사람들의 온기 덕분이었을 것이다.
#3-WAY BUSKING
노랫소리를 따라가 걸음을 멈춘 곳은 삼거리에 꾸려진 버스킹 무대였다. 두 발은 다른 곳으로 가려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리듬을 맞추며 움직이고 있었다. 버스킹이라는 공연 특성상 위의 사진에 찍힌 것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또는 오며가며 버스커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귀여운 아이들, 꺄르르거리며 정답게 장난치고 호응하는 학생들, 귀 뿐만 아니라 눈까지 즐거웠던 시공간이었다.
#사연이_빛나는_밤에
버스킹 무대 앞의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회기동의 몇 안 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카페인 ‘8번가’가 나온다. 8번가 테라스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연과 함께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카페를 밖으로 가져온, 또는 8번가 지하의 공연장을 꺼내놓은 듯한 분위기는 유독 낭만적이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마침 <사연이 빛나는 밤에> 2부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2부 오프닝은 배우이자 1인 다역 아티스트인 장인경의 <피노키오의 꿈> 낭독극이었다. 갖은 소음이 많은 야외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장인경 배우에게는 순식간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1인 다역의 낭독극을 실제로 보는 경험은 굉장히 오랜만이거나 처음인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천 개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신기했다. 장인경 배우가 직접 사연을 읽어주던 시간에는 그 따뜻한 목소리와 밤 풍경, 동그란 전구들의 빛이 어우러져 마치 보이는 라디오를 시청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낭독극이 끝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장인경 배우는 ‘버스킹’하면 보통 노래나 악기 연주를 많이들 떠올리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이런 낭독극도 포함될 수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번 축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일을 더 많은 사람들에가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장인경 배우의 마인드에는 개인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았다.
다음으로는 가수이자 음악프로듀서인 예드(YEDD)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다만 다양한 장비가 활용되는 공연이다 보니 준비시간이 오래 걸려서 운영진의 임기응변 타임(?)이 잠시 진행됐다. 이번 코너의 기획자가 직접 말하는 행사 기획의 소감, 기획팀장이 직접 낭독한 사연을 들으며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운영진의 유연한 대처 덕분에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정비시간을 마치고 시작된 공연은 화려하게 반짝이는 런치패드(launchpad)와 조명, 거기에 예드의 오묘한 목소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찬란한’ 무대를 만들었다. 한 곡, 한 곡을 부를 때마다 곡을 쓴 목적과 배경을 들을 수 있었던 덕분에 더욱 몰입이 잘되고 가사 내용에도 집중하게 되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예드! 그날의 무대와 같은 찬란한 나날들이 무한히 펼쳐지기를 응원한다.
YEDD - Stuck Outside
일레븐 페스타는 경희대로1길, 경희대로1가길이 나란히 선 11자 모양에서 이름을 따왔다. ‘함께하는 가치, 지역 상권과의 연계, 우리를 위한 페스티벌’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며 축제의 장이 펼쳐지도록 도우신 상인 분들, 버스킹이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호응해주던 관객들, 임기응변 치고는 꽤나 달변이었던 기획팀 운영진들, 그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던 시간까지.
나는 그날의 축제를 즐기며 ‘11’의 모양처럼 서로 나란히 연결되는 듯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날씨와 따뜻한 사람들은 내 2022년 10월 28일의 밤을 포근하게 만들어줬다.
By. 정지원 에디터
- 지난 10월 28일, 회기동에서 지역축제 11 FESTA(일레븐 페스타)가 열렸다. 그날의 다채로웠던 저녁 풍경을, 가을을 온전히 즐긴 밤을 스케치하다.
2022년 10월 28일, 경희대로에서 열린 11 FESTA(이하 '일레븐 페스타') 축제 현장을 찾았다. 나는 6시쯤 방문하여 일레븐 페스타의 저녁 풍경을 둘러보고, 담아보고, 그려보았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현수막은 축제가 진행되고 있음을 실감나게 했고, 나를 들뜨게 했다.
일레븐 페스타가 열리는 경희대 정문 인근 상권에서는 밤 8시까지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모두가 축제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조치였다. 골목 초입에서부터 기분 좋은 노랫소리가 들려 왔고, 거기에 더해 “오늘 무슨 축제 한다던데?”, “우리도 가보자!” 같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밤이 되며 유동 인구가 많아진 덕인지 동행 없이 혼자 왔는데도 쓸쓸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사람 구경, 주변 구경을 하며 유독 힘들었던 시험기간 뒤의 힐링 타임을 즐겼다. 아마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밤의 향기와 공기, 그리고 거리 곳곳에서 느껴진 사람들의 온기 덕분이었을 것이다.
#3-WAY BUSKING
노랫소리를 따라가 걸음을 멈춘 곳은 삼거리에 꾸려진 버스킹 무대였다. 두 발은 다른 곳으로 가려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리듬을 맞추며 움직이고 있었다. 버스킹이라는 공연 특성상 위의 사진에 찍힌 것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또는 오며가며 버스커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귀여운 아이들, 꺄르르거리며 정답게 장난치고 호응하는 학생들, 귀 뿐만 아니라 눈까지 즐거웠던 시공간이었다.
#사연이_빛나는_밤에
버스킹 무대 앞의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회기동의 몇 안 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카페인 ‘8번가’가 나온다. 8번가 테라스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연과 함께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카페를 밖으로 가져온, 또는 8번가 지하의 공연장을 꺼내놓은 듯한 분위기는 유독 낭만적이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마침 <사연이 빛나는 밤에> 2부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2부 오프닝은 배우이자 1인 다역 아티스트인 장인경의 <피노키오의 꿈> 낭독극이었다. 갖은 소음이 많은 야외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장인경 배우에게는 순식간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1인 다역의 낭독극을 실제로 보는 경험은 굉장히 오랜만이거나 처음인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천 개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신기했다. 장인경 배우가 직접 사연을 읽어주던 시간에는 그 따뜻한 목소리와 밤 풍경, 동그란 전구들의 빛이 어우러져 마치 보이는 라디오를 시청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낭독극이 끝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장인경 배우는 ‘버스킹’하면 보통 노래나 악기 연주를 많이들 떠올리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이런 낭독극도 포함될 수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번 축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일을 더 많은 사람들에가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장인경 배우의 마인드에는 개인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았다.
다음으로는 가수이자 음악프로듀서인 예드(YEDD)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다만 다양한 장비가 활용되는 공연이다 보니 준비시간이 오래 걸려서 운영진의 임기응변 타임(?)이 잠시 진행됐다. 이번 코너의 기획자가 직접 말하는 행사 기획의 소감, 기획팀장이 직접 낭독한 사연을 들으며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운영진의 유연한 대처 덕분에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정비시간을 마치고 시작된 공연은 화려하게 반짝이는 런치패드(launchpad)와 조명, 거기에 예드의 오묘한 목소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찬란한’ 무대를 만들었다. 한 곡, 한 곡을 부를 때마다 곡을 쓴 목적과 배경을 들을 수 있었던 덕분에 더욱 몰입이 잘되고 가사 내용에도 집중하게 되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예드! 그날의 무대와 같은 찬란한 나날들이 무한히 펼쳐지기를 응원한다.
YEDD - Stuck Outside
일레븐 페스타는 경희대로1길, 경희대로1가길이 나란히 선 11자 모양에서 이름을 따왔다. ‘함께하는 가치, 지역 상권과의 연계, 우리를 위한 페스티벌’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며 축제의 장이 펼쳐지도록 도우신 상인 분들, 버스킹이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호응해주던 관객들, 임기응변 치고는 꽤나 달변이었던 기획팀 운영진들, 그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던 시간까지.
나는 그날의 축제를 즐기며 ‘11’의 모양처럼 서로 나란히 연결되는 듯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날씨와 따뜻한 사람들은 내 2022년 10월 28일의 밤을 포근하게 만들어줬다.
editor. 정지원
#지역축제 #11FESTA #일레븐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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