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디터스 2기 숏터뷰 #1.

오동건, 유수빈, 한울 에디터

* 질문자: 김홍구 코디네이터



[오동건 에디터]


Q. 항상 가장 많은 분량의 초고를 보냈다(덕분에 편집하는 맛이 있었다). 글을 많이 쓰다 보니 생긴 '짬'인가, 아니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나?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내 삶의 일부인 기록과 소통을 향한 진심어린 애정, 열정과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 덕분이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오늘날에 전해지지 않는 기억도 많고, 정확하지 않은 기록 때문에 사실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나는 현재 홍릉 일대, 회기 지역의 모습과 그 이야기, 나의 삶을 할 수 있는 한 상세하게 남기고 싶었다. 내가 남긴 글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오늘이 되었을 때 2022년 말에 이 지역이 어떤 곳이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사료가 되어 과거, 현재와 미래의 끊임없는 소통을 실현하고 지역사와 생활 문화사 연구에 활용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사람들이 그 기록을 남긴 나와 교감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엘리노어 프레이가 1894년부터 1930년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 살면서 썼던 편지 2천여 통, 헨드릭 하멜의 ‘하멜 표류기’,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테렌티 시티코프가 남긴 ‘스티코프 일기’처럼 말이다.


Q. 에디터스 2기로 활동한 소감을 알려달라.

  나 자신의 정체성과 삶을 되찾았다. 내가 오랜 공백기와 좌절을 딛고 재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한 홍릉 일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김홍구 코디네이터에게 진심어린 고마움을 전한다.

  역사학과 지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학 연구회인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 회원으로서 지역의 모습과 생활에 관한 기록을 남기고, 역사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었기에 기쁘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세상은 부산, 모스크바, 노보시비르스크,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서울로, 그중에서도 회기동과 청량리동 등으로 넓힐 수 있었다. 희망을 되찾은 이곳에서 내가 보낸 시간, 보았던 풍경, 남긴 기록과 맺은 인연을 나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앞날과 인연은 정말 알 수 없다. 14년 전에 철도 시뮬레이션 게임 BVE를 즐기며 처음 알게 된 회기라는 동네가 나의 활동 지역이 될 줄이야. 내가 부산에서 마지막으로 지역 콘텐츠 활동에 참여하여 로컬아키비스트로 활동하였던 영도구 대평동과 남항동은 현재 경제재생형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이 진행되는 동네다. 그런데 서울에서 처음으로 지역을 기록하는 활동을 하게 된 홍릉도 경제재생형 도시재생 지역이다. 회기시장을 둘러보았을 때 어린 시절에 살았던 수영동의 건설시장을 오랜만에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나와 회기의 만남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에디터 활동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록과 소통을 향한 진심어린 애정, 열정과 책임감 덕분에 활동하는 순간에는 언제나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나답게 살 수 있음을,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였다. 웹진 ‘홍릉, 살다’가 회기동과 청량리동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더 많이 담아 사람들에게 널리 전하고, 도시재생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더 좋은 동네로 발전하길 바란다. 그 여정에 내가 다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회기시장을 조사하여 아카이브 자료집을 만들고, 러시아어권 사람들에게 나의 전공 분야인 러시아어로 회기와 청량리를 알릴 기회도 있기를 바란다. 에디터스 2기 활동은 끝났지만,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끝나지 않았다.


Q. 콘텐츠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 또는 편집 과정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첨삭된 부분이 있으면 소개 부탁한다.

  4-1호에 실린 < '회기' + 시장 = ? (1부) > 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다.

  하나는 배고픈 나를 유혹하던 석계역 구내 빵집과 편의점 이야기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6시 15분, 안내 방송이 나오며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다.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석계역 2번 출입구로 뛰어갔다.

1호선 타는 곳으로 뻗은 통로에 있는 빵집과 편의점이 배고픈 나에게 어서 오라는 손짓을 보낸다. 내가 좋아하는 모카크림식빵, 슈크림빵, 볶음 간짬뽕이 저기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그들이 있다면 바로 먹어치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방문하는 회기시장에서 밥을 꼭 먹고 싶은 마음에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고 뛰어갔다.


  다른 하나는 회기역으로 가는 1호선 전철 뱀눈이 전동차에서 본 여자아이 이야기이다.

미로 찾기를 하듯 통로를 지나 1호선 타는 곳으로 올라가니 16시 21분. 차량의 전두부가 뱀의 머리처럼 생겨서 철도 동호인들이 이른바 ‘뱀눈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한국철도공사 VVVF 3세대 전동차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첫 번째 객차의 첫 번째 문으로 뛰어들었다. 승객들로 북적거리는 객실에는 빈자리가 없어서 나는 왼쪽 문 앞에 섰다.

16시 22분, 출입문이 닫히고 전동차는 석계역을 떠났다. 경원선을 따라 달리는 전동차 안에서, 내가 서 있는 자리 옆의 좌석에 앉은 엄마 품에 안긴 여자아이가 갑자기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16시 24분, 전동차가 신이문역에 도착하자마자 여자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울음을 뚝 그쳤다. 어쩌면 신이문역은 ‘울음 뚝!’ 역이었을까?


Q. 활동하며 찍은 사진들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을 고른다면?

2022년 8월 17일 수요일 오전 11시 56분 23초.

홍릉 일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자리 잡은 수림문화재단 건물 옥상 정원에서 내가 처음 찍은 지역의 풍경.


오동건 에디터의 콘텐츠들

- 나와 홍릉의 첫 만남은 '타임 어택(time attack)' (링크)

'회기' + 시장 = ? (1부) (링크)

회기 + '시장' = ? (2부) (링크)




[유수빈 에디터]


Q. 마을실험실 1기에 이어 에디터스 2기로도 활동했다. 두 활동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마을실험실 1기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팀원들의 의견 조율이 가장 중요했다. 의사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었고, 동네의 문제를 발견 후 개선하는 데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다. 그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능력도 성장시키며, 도시재생에 대한 애착도 키웠다.

  에디터스는 마을실험실 때와 달리 독자적으로 활동해서 느낌이 사뭇 달랐다.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즐거움과 편안함, 동네에 있는 숨은 맛집과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면서 동네를 재발견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마을실험실 1기 때에도 마감기한은 있었지만, 마감을 엄수(!)하는 능력은 에디터스를 통해서 제대로 기르게 되었다.


Q. 에디터스 2기로 활동한 소감을 알려달라.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글감이었다. 고등학교 때 외대 살던 친구를 만나서 외대와 회기를 제집 드나들듯 했던 기억,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느꼤던 서운했던 감정, 다시 화해하고 멀어졌던 경험, <침묵의 봄>이나 <도시침술> 등 책에 빠졌던 경험, 어반비즈서울에서 도시양봉 입문반에 참여했던 경험, 마을실험실1기에 뽑혀서 신났던 경험, 마을실험실 프로젝트 때 아이디어는 많이 나왔지만 쓸만한 아이디어가 없어 애먹다가 결국은 해냈던 경험, 마을실험실 활동은 마친 뒤 에디터스에 서류를 제출하고 선발되어 기뻤던 경험, 동네에 있는 숨겨진 명소들을 소개했던 즐거움, 그 과정에서 친한 친구와 함께 탐방했던 즐거움 등이 생생하다.

  가장 큰 즐거움은 에디터스를 하면서 도시재생 관련 글을 쓰는 친구가 내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는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너무나도 기뻤다. 이제는 막바지에 접어들어 숏터뷰를 작성중인데 기분이 묘하다. 시간이 5G LTE로 흐른 느낌이다. 돌아보면 말하는대로 되었다. 회기 연어담(콘텐츠 바로 보기)에 적은 한 줄처럼 에디터스 활동을 통해 추억을 예술로 만들 수 있었다.


Q. 콘텐츠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 또는 편집 과정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첨삭된 부분이 있으면 소개 부탁한다.

  ①  회기 카페를 소개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더 커피 크레이즈'를 발견했다. 제작 준비를 하려 했는데, 지역이 휘경동이어서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다.

  ② '회기동 HIP한 카페, 즐겨봐 슬기롭게(콘텐츠 바로 보기)' 콘텐츠를 만들 때 여유로운 낮 분위기가 나는 글을 쓰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낮이 끝나는 시간대~초저녁쯤에 갔기 때문이다. 처음 의도했던 분위기를 담아내지 못한 게 아직까지 아쉽다.

  ③ 4-1호에 수록된 '롱워크(Longwalk) - 10월의 풍경 속을 걷다(콘텐츠 바로 보기)'를 쓰던 때에 마감에 쫓기느라 충분히 다루지 못한 점도 아쉽다.


Q. 활동하며 찍은 사진들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을 고른다면?

'회기연어담 #1 - 제2의 고향, 회기에 회귀하다' 콘텐츠 중에서


유수빈 에디터의 콘텐츠들

- 회기연어담 #1: 제2의 고향, 회기에 회귀하다 (링크)

롱워크(Longwalk) - 10월의 풍경 속을 걷다 (링크)

- 회기동 HIP한 카페, 즐겨봐 슬기롭게(링크)




[한울 에디터]


Q. 에디터스 1기와 2기 모두 활동한 '고인물'이다. 1기 때 활동과 다른 점을 느꼈다면?

  1기 때에는 지역에 연고를 둔 생활주민, 대학생들과 함께 했다. 2기에도 그런 기조는 이어졌지만,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글을 쓸 기회를 찾아 지원한 이들도 많았다. 올해 하반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며 야외 행사가 적극적으로 추진된 덕분에 실제 현장을 둘러보며 콘텐츠를 만들 기회도 많았다. 별도의 오프라인 모임 없이 온라인으로 기획 회의, 편집 회의 등을 진행한 점도 1기와 2기의 차이라 할 수 있다.

  1기와 2기를 이어서 하게 되니 주제, 소재, 글감 등이 걱정되기도 했다. 특히 2기는 인원도 많아져서 내가 선정한 내용과 겹치는 에디터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그래서 더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 국제개발협력과 접목하여 홍릉, 살다@글로벌지식협력단지 > 콘텐츠는 유독 마음에 들고, 주변에도 가장 많이 알렸다.


Q. 에디터스 2기로 활동한 소감을 알려달라.

  1학기는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된 탓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거의 매일 학교를 오가면서 회기동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었다. 공강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회기동 일대를 둘러본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Q. 콘텐츠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 또는 편집 과정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첨삭된 부분이 있으면 소개 부탁한다.

  다시 한 번 '국제개발협력과 접목하여 홍릉, 살다@글로벌지식협력단지' 얘기를 하게 된다. 내 전공 분야(국제개발협력)와 그 관점으로 지역사회를 조망하며 도시재생이라는 주제를 풀어내는 작업이었다. 도시재생이 막연한 주제가 아니라 나처럼 전공과 관련 지식을 통해서 개개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았다. 

  < 의도치 않았던 회기야행(夜行) > 은 지역축제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 축제를 그렇게 즐겨찾는 편이 아니었기에 플리마켓이나 지역 내 볼거리에 대해 큰 흥미가 없었다. 내가 지역사회 축제에 대해 모른다고, 관심이 없다고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더불어 회기를 밤에 둘러본 것도 정말 처음이었다. 뜻하지 않은, 말 그대로 의도치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의미가 큰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Q. 활동하며 찍은 사진들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을 고른다면?

'국제개발협력과 접목하여 홍릉, 살다@글로벌지식협력단지' 콘텐츠 중에서


한울 에디터의 콘텐츠들

- 기후변화 대응을 동네 안에서: 자연스러운 바자회 (링크)

- 도시재생에 '약간' 관심이 있는 사람이 둘러본 홍릉 (링크)

국제개발협력과 접목하여 '홍릉, 살다' @ 글로벌지식협력단지 (링크)

- 의도치 않았던 회기야행(夜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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