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주머니 속 작은 세상’에서 느낀 커다란 온기

By. 정지원 에디터

- 10월의 끝자락, 거리에 울리는 재즈풍 음악에 발길을 멈췄다.이미 따뜻한 겨울을 품은 회기동의 선물 가게, '포케츠(Pockets)'에 가다.




  ‘10월’ = ‘가을’이라는 수식이 무색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추웠던 날이다. 바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옆을 바라보니, 거리를 감싸고 있는 음악처럼 따듯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소품샵이 보였다. 나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시각적인 것에 크게 동요되고 사로잡히는 나에겐 드문 경험이었고 그것이 ‘포케츠’와의 첫 만남이었다.



  가게 안을 둘러보는 동안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평소 나를 잘 챙겨주는 친구가 좋아하는 <월레스와 그로밋>의 소품들이 많았고, 나도 무언가 보답하고픈 마음에 해당 캐릭터의 엽서 하나를 신중히 골라 담았다. ‘포케츠’의 따뜻함이 내 마음속에도 스며든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서도 그 분위기가 잊히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을 찾아봤고, ‘주머니속 작은세상’이라는 귀여운 슬로건과 곳곳에 묻어나는 사장님의 정성을 보니 ‘포케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포케츠’라는 가게를 알고, 그날 내가 느꼈던 기분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재방문을 결심했다.



  11월 중순, ‘포케츠’를 다시 찾았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온기를 전하는 음악과 분위기는 여전했고, 핼러윈 유령 분장을 하고 있던 인형들은 어느새 산타로 변신해 있었다. 디스플레이 하나하나에서 사장님의 세심함과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애초에 내가 준비한 질문은 한 가지였지만, ‘주머니속 작은세상’ 구석구석을 눈에 담으며 직접 느낀 바를 토대로 여러 질문이 가지처럼 뻗어나가 사장님과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좋아서 합니다



  포케츠는 올해 6월에 문을 열었다. 그저 사장님이 ‘좋아하기 때문에’ 문을 연 곳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어찌 보면 대단한 결심이다.

 


  포케츠에는 빈티지 소품들이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1990년대 맥도날드 해피밀 인형들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은 ‘희귀성’에 큰 매력을 느껴 예전부터 ‘빈티지’를 좋아했고, 친구의 생일 때 해당 달을 대표하는 ‘생일베어(TY베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돼 본격적인 수집을 시작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으셨던 사장님의 마음이 포케츠로 이어진 것이다.




  포케츠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데스크테리어’와 ‘빈티지 베어’이다. 사장님은 책상 꾸미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구경할 게 많을 거라고 덧붙였다. 데일리 문구 브랜드 ‘펜코(PENCO)’ 제품처럼 오래된 문방구에서 찾아낸 듯한 아날로그 감성과 실생활에 스며들기 위한 친숙함을 추구하고 있었다.



  빈티지 베어 중에서 ‘보이즈베어’, ‘티와이베어’는 모두 20년이 넘었고, 더 이상 재생산되지 않는 인형들이다. 특히 ‘보이즈베어’는 완전히 수제 인형으로 제품마다 눈, 코, 입이 각각 다 달라 더욱더 나만의 인형으로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사장님은 손님마다 마음이 통하는 인형들이 다 다른 게 신기하면서도, 사실 처음에는 인형들이 떠날 때 약간 속상함을 느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20년이 넘은 이 인형들은 한국의 ‘콩순이’와 같은 느낌이다. 한 번은 가게에 온 외국인 손님이 ‘‘이거 다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있던 거’’라며 하나하나 이름을 읊은 적도 있었다. 포케츠가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되었던 것이다.



취향을 공유하는 선물가게



  사장님께 포케츠의 매력은 무엇인지 마음껏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렸는데, 그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기만 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답변이 돌아왔다. ‘뒷주머니’에서 따온 이름인 ‘포케츠’도 사람들이 소소한 행복을 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졌다. 한 사람 오고, 두 사람 오고, 한 번 왔던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 함께 오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취향을 나누고’ 싶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다.



  분위기, 냄새, 상품 등 이곳에 자리잡은 요소, 요소들을 감상하는 동안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함을 느끼고 방문 자체만으로 선물 받는 기분을 느꼈으면 하는 사장님들의 바람. 그 바람이 담겨 있기에 포케츠는 선물 가게이다.

  ‘선물’이란 타인에게 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사장님들도 원래 내가 마음에 드는 걸 남에게 선물하는 법이라고 설명하셨다. 그러니 포케츠의 상품들은 한 가지로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가끔 놀러오는 느낌으로 오고 가다 우연히 마주친 행복 같은 ‘선물’이 되는 것이다.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인터뷰가 끝날 즈음 ‘포케츠’를 운영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질문을 던졌다. 

  男 사장님은 손님들이 남겨주신 리뷰나 댓글을 보며 당시에 그분들이 느끼셨을 기분을 생생하게 느낄 때에 행복하다고 하셨다. 女 사장님은 방문하신 손님들이 소품들을 보며 ‘귀엽다!’, ‘예쁘다!’라고 외치는 그 순간순간이 좋다고 하셨다. 그에 더해서 정성스럽게 포장한 택배상품을 받은 손님들이 ‘완전 선물 받은 기분’이라고 말할 때도 덩달아 행복해진다고 하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장님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손님들도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가게 전면을 사진으로 찍겠다고 하니 “ 우리 가게는 건너편에서 찍으면 더 잘 나와요”라고 사장님이 팁을 주셨다. 쨍하고 선명한 화질은 아니지만 포케츠만의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잘 묻어난 것 같아 나름 만족하고 있다. 그 분위기는 ‘빈티지하고 아날로그한 감성을 무겁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포케츠를 꾸려나가는 두 사장님의 손길과 정성에서 배어나오고 있다.




💡 INFO

포케츠(@pockets_storage)

위치 :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113 1층

운영시간: 월~토 12시부터 21시까지

* 매주 일요일 정기 휴무

editor. 정지원



#포케츠  #선물가게  #회기동선물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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