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의도치 않았던 회기야행(夜行)

By. 한울 에디터

- 수년 동안 도시재생 관련 기자단 활동을 하며 여러 편의 원고를 투고했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지식으로, 경험을 통해 형성되고 변화하는 관점으로 홍릉을 본다.



11 FESTA(일레븐 페스타) 포스터


  지난 10월 28일, 경희대로1길과 경희대로1가길은 점심 즈음부터 북적였을 것이다. 추정형으로 쓰는 이유는 내가 그때 방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오전에 현장에 갔어야 했는데, 예상 못한 일정이 생긴 탓이다. 게다가 오후 수업도 연이어져 6시가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좀 둘러볼까'라고 생각한 그 순간...


현장에 도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 한울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사전 공지는 이미 들었다. 당일날 일정상 저녁 늦게 방문해야 했지만, 딱히 걱정하지도 않았다. 축제 폐막 시간은 20시였으니 18시에 서둘러 움직이면 제법 여유 있게 플리마켓이나 여러 이벤트들을 둘러보고 참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이 몰렸던 탓에 물품이 빨리 소진됐거나 이벤트 부스도 대부분 조기 종료되고 있었던 것이다.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되는 것은 버스킹 뿐인 상황. 스태프들은 묵묵히 각종 설비들과 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미 철수된 부스들! ⓒ 한울


  차량 통행이 통제된 거리에 노래 소리는 울려 퍼지는데, 보고 즐길 거리는 이미 철수했거나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 다소 어색했다. 거리를 둘러 보는 동안 “8시까지 아니었나?”, “아까 올 걸!” 등등 행인들의 아쉬운 말소리가 들렸다. 본래 계획과 달라진 현장에 멀뚱멀뚱 서있다 보니 ‘그냥 집에 갈까’ 고민도 들었지만, 밤 산책 나온 셈치고 거리를 유유자적 걸어보기로 했다.

  매일 학교와 집을 오가면서 제대로 회기동을 둘러보지도 못했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한 번 둘러보겠는가 하고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밤 산책으로 간다 ⓒ 한울



회기동의 저녁을 처음으로 마주하다


일레븐 스테이지 B로 명명된 삼거리 버스킹 현장 ⓒ 한울


  어쨌든 이곳은 원래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대학가이자 상권이다. 이날 밤에는 스타벅스 인근과 카페 ‘8번가’에 버스킹 무대가 마련되었고, 무대 주변에는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일레븐 스테이지 B에 앉아서 관객 중 한 사람이 됐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저녁에 회기동을 돌아다닌 적이 없었다. 아침에는 일찍 학교로 향해 일과를 보냈고, 퇴근 시간이나 저녁 시간이 되면 곧바로 귀가했다. 올해부터 회기동은 내 생활권이 되었고, 가까운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도 친구들과 근처에서 밥을 먹은 회수는 손에 꼽는다. 그나마도 절반 이상이 오후 공강 시간에 잠시 짬을 내거나 회식을 할 때였다.

  저녁 시간을 동네에서 보낸 적이 없다니. 탐방을 위해 할애한 시간에 음악만 듣다가 여기서 저녁을 보내는 것이 딱히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동시에 약간 부끄럽기도 했다).


이날 폴라로이드 이벤트가 유독 성황을 이뤘다는 얘기를 들었다 ⓒ 한울

 

  그동안 정주민에게 실제 필요한 도시재생의 중요성을 생각했고, 지적·인적 자원의 집약을 촉진하는 것도 도시재생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나는 회기동에서 흔한 직장인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구획이 정해진 캠퍼스, 한정적인 공간, 그곳에서 지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도시재생 관련 행사, 정책,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사람들이 왁자지껄 몰리는 곳을 찾아가가 둘러보는 노력은 부족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플리마켓이나 거리공연에 큰 감흥이 없다는 이유로 이런 ‘행사’가 갖는 의미도 간과했다.

  ‘왜 굳이 거리에서 공연을 봐?’ 

  ‘왜 굳이 거리에서 물건을 사?’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른다. 내 관심영역이 아니다. 그러니 굳이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태도였다.



‘‘ 네 생각만이 전부는 아니야’’ 


현장을 떠나며 찍은 마지막 사진 ⓒ 한울


  언젠가 플리마켓을 구경하던 지인을 두고 무관심하던 내게 그가 건넨 말이 생각났다. 네가 모른다고 경시하지 말고, 무관심하다는 말로 선을 긋지 말고, 모르는 것을 한 번쯤 경험하며 알아보려는 자세를 갖추라던 그 말. 그럼에도 그날 끝까지 시큰둥했던 모습을 그날 밤, 회기동에서 반성했다.

  볼 거리, 들을 거리, 맛보고 만질 무엇. 그 모든 감각적 자극과 만족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는 언제나 존재한다. 다만 내가 눈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즐길 거리’가 곳곳에 있는 ‘즐거운 거리’야말로 도시재생일 수 있겠구나.

  나는 나의 일과와 일상 속에서 동네를 생각했다. 하지만 일과를 마치고 자기 동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누군가에는 이런 행사가 한껏 활기를 불어넣어 주겠구나. 도시재생의 의미를 이렇게도 찾아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나도 저녁을 동네에서 먹고, 여유를 갖고, 골목골목 걸어봐야지.

  현장을 떠나 회기역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한울입니다. 저녁에 식사 한 번 할래요? 이번에는 우리, 회기동에서 만나죠.”


editor. 한울



#지역축제  #11FESTA  #일레븐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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