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회기동 골목길의 씬 스틸러들

By. 김홍구 코디네이터

- 수빈 군의 소설에 쓸 이미지들을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회기동 골목골목에 숨겨진 그림들을 발견했다. 예쁘기만 한 벽화들이 아니라서 입맛에 맞았다.



카카오맵에서 청량초등학교 근처를 보면 '회기동 벽화골목'이라고 표시된 지점이 한 군데 있다. 그쪽의 그림들은 내 취향에도, 수빈 군의 소설에도 어울리지 않아서 촬영하지 않았다.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근처에서 발견한 그림이다. 촬영 당시에는 새들이 나는 모습이라고만 생각하며 찍었는데, 메모리 카드를 정리하던 즈음에야 놓쳤던 것들을 발견했다.

- 새는 세 마리, 사람이 한 명이다. 추락하는 사람에ㄱ는 날개가 없다. 녹아내린 날개와 흩날리는 깃털들이 없는 걸로 보아 이카루스의 추락을 묘사한 것 같지는 않다.

- 왼쪽 아래에는 산수화풍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촬영 당시에는 있는 줄도 몰랐다. 변색 또는 덧칠된 벽과 꽤나 잘 어울린다. 높이를 보아하니 이 산수화를 정면으로 보고 서면 새들이 나는 그림이 오른쪽 위편에 보일 것이다.



사실 새들이 나는 그림은 나중에야 발견했다. 여기에 렌즈를 들이댄 이유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마이크(외눈박이), 설리(아래 파란색), 부(설리 옆의 여자아이) 때문이었다. 설리가 브라질리언 왁싱이라도 했는지 원작의 북실북실한 털 묘사가 되어 있지 않은 게 아쉽다. 이 작품을 친구들과 함께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개봉한 지 21년이 지났다.

맙소사, 나 지금 몇 살이나 먹은 거야.


새, 산수화, 몬스터 주식회사와 한 구역에 그려져 있는 만평 같은 그림이다. 1등이라는 단어와 개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 옆에 그려진 스마트폰 그림은 컨셉상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 같다. 스마트폰의 모양새를 보니 아이폰 4 같은데, 이제 곧 14가 나온다.

맙소사, 나 지금 몇 살이나...


경희대학교 학생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보쌈정식집 옆에 그려진 그림이다. 그림의 포인트는 당연히 수류탄이 된 사과인데, 떡하니 박힌 로고가 어떤 회사 것인지는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이 그림을 보면서 '만일 애플이 무기회사였다면 스티브 잡스는 토니 스타크'라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이 그림들이 그려진 위치는 말로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사실 나도 지금 보니 산정현교회 근처인지, 카페 '컴투레스트' 근처인지 헷갈린다. 위의 사진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어서 큰 감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아래의 사진은 잠시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자가 꽃을 든 채 고개 숙인 이유는 뭘까? 연인과 함께 걷던 길에서 실연을 당해 그 길에 어린 사랑스런 추억들이 모두 울렁거리며 흩어지는 걸까? 아니면 세상을 떠난 이에게 헌화하러 가는 길일까?

나처럼 수빈 군도 여러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이 사진을 '다시, 회기'의 2부 이미지로 선택했다.


이 그림은 어느 원룸 건물의 으슥한 벽면에 그려져 있었다. 자세히 보면 나비의 몸통이 비행기로 그려져 있는데, 자연과 문명의 결합을 상징한 것인지, 911 테러를 은유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회기동의 살아있는 화석이자 슈퍼고인물인 지인에게 이 그림들의 출처를 물어봤다. 아마 경희대학교 미술대학에서 10여 년 전 즈음에 진행한 수업의 결과물일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아직도 회기동에 머물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한 사람의 눈길과 카메라 렌즈를 사로잡았고, 우리 웹진을 채색하는 이미지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시공간을 넘어 누군가(들)에게 끊임없이 재발견되는 것.

불멸이란 게 별 거 있나.


coordinator. 김홍구



#경희대  #회기  #DSLR  #골목그림

김홍구

홍릉 일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홍릉, 살다』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누구든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외양과 스타일을 추구한다.

냉소 한 스푼이 들어간 블랙 유머와 풍자에 빵 터진다.

창의성과 심미안을 나날이 조금씩 발전시키고

어떤 수단이나 형태로 표현하려 애쓰는 노력은

가장 인간답고,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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