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포근함을 파는 곳, 우주에서 유일한 전통 찻집 녹원

By. 이현정 에디터

- 회기동과 경희대의 역사 속 명소. 이곳의 '팽주'들에게는 우주에서 유일한 공간. 전통 찻집 '녹원'에 관한 이야기를 담다.



녹원의 대표 팽주 정수연, 신입 팽주('신팽') 남유빈 인터뷰

녹원은 오랜 시간 경희대학교 앞을 지켜왔다. 1985년부터 운영되어왔지만, 2016년 경영난으로 잠깐 운영을 멈췄다. 그 기간 동안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과 학생들이 힘을 모아 다시금 녹원을 재건했다. 학생들의 힘으로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름으로 운영되는 녹원. 녹원은 여전히 회기동의 쉼터이자 추억의 장소로 기억되고 있다. 회기동 역사의 한편에 서서 여전히 골목을 지키는 터줏대감 녹원의 대표팽주 정수연 님과 신팽 남유빈 님을 만나 그들이 전하는 포근함을 담았다.


회기동의 전통 찻집 '녹원' ⓒ 이현정 에디터


현   녹원을 소개해주세요.

수연    찻집 녹원은 1985년에 개업한 전통 찻집이에요. 하지만 2016년 학교 앞에 카페들이 줄줄이 생기면서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었어요. 녹원이 더 이상 운영하지 않자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무척 아쉬워했어요. 그런 마음들이 모여 리마인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거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우대식 교수님과 경희대학교 학생 10명이 모여 재건했어요. 그 당시에는 캠퍼스타운 조성사업단의 지원을 받았고, 2020년부터는 사업단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어요. 온전히 학생들의 힘으로만 굴러가고 있죠.


현   온전히 학생들의 힘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게 신기한데요. 녹원의 운영 방식이 궁금해요. 

     말 그대로 정말 학생들의 힘으로만 운영되고 있어요. 올해부터 녹원이 사회적협동조합이 되어서 비영리 법인 단체로 활동하고 있어요. 특히 팽주 모두가 돈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아요. 녹원을 운영하는 원동력은 자발성 하나예요. 이 공간을 내가 직접 만들어간다는 자발성 하나로 운영되고 있는 거죠. 햇수로 4년째요. 인건비가 들지 않는 것에 대한 장단점은 정말 막강해요.


현   팽주도 궁금해요. 팽주의 하루를 알려주세요.

    현재 녹원에는 9명의 팽주가 있어요.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팽주를 뽑아요. 사실 이 팽주라는 단어로 파생되는 단어가 많아요. 새로운 팽주는 신팽, 졸업한 팽주는 헌팽, 각 팀의 팀장을 모범팽주라고 부르죠. 대표팽주인 저는 1년 8개월 차 팽주예요. 옆에 앉아 있는 유빈이는 4개월 차 신팽이고요.

             팽주의 하루는 아침 11시 30분에 시작해요. 오픈 시간인 12시까지 준비를 하죠. 온종일 팽주 한 명이 운영하는 건 아니에요. 아르바이트처럼 시간표가 있는 거죠. 팽주 한 명은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근무를 해요. 근무 중에는 양갱도 만들고, 티도 직접 실링 해요. 근무 외에 업무도 있어요. 매주 목요일 8시에 회의를 하는데 팀별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해요. 팀은 총 7개로 나뉘는데 운영지원팀, 공간관리팀, 재고관리팀, 온라인녹원팀, 소셜아트팀, FnB팀, 회계팀이 있어요.



현   녹원 팽주로 시도한 도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청량리 시장과 인삼을 주제로 해서 프로젝트를 했어요. 어르신들만 즐겨 드시는 재료를 젊은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삼 그래놀라를 개발했죠. 이 아이템이 펀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로 뜻깊었어요.

유빈  저는 4개월 차 신팽이라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은 없어요. 사실 녹원에 지원해서 근무하는 하루하루가 저에게 도전인 것 같아요. 저 자신을 녹원의 금쪽이라고 부르곤 해요. 아직 4개월 차라 모르는 게 많아요. 오늘처럼 혼자 근무하다가 손님들이 몰려오면 그것 자체로 도전인 거죠.


현   기억에 남는 손님 혹은 가게에서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녹원을 기억해 주고 오시는 손님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옛날 녹원 이야기를 먼저 꺼내주시면 정말 뿌듯하죠. 음료와 양갱도 맛있다고 해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특히, 녹원에 마련된 엽서존에는 고학번 선배님들이 오셔서 글을 남겨주시기도 해요. 엽서존이 다 차면 정리를 해서 앨범에 넣어둬요.

빈  다른 팽주와 근무 중이었는데 한 여성 손님이 양갱 앞을 서성거리셨어요. 주문을 받을 때 일본 손님이신 걸 알게 됐죠. 일본 손님이 녹원에 오신 것도, 양갱에 관심을 가진 것도 무척 신기했어요.


녹원의 엽서존 ⓒ 이현정 에디터


현   녹원의 SNS 계정을 둘러보니 퓨전 음료가 많더라고요. 녹원의 콘셉트를 메뉴만 봐도 알 수 있었어요.

    맞아요. 녹원의 주된 콘셉트는 옛것을 청년들의 시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는 거예요. 꼬숩이 음료 역시 너무 전통적이지 않으면서 다수의 입맛에 맞게끔 개발하고 있어요. 양갱도 팥양갱만 있는 게 아니에요. 안에 크림치즈를 넣어서 만들기도 했죠. 전통적인 것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이 녹원의 콘셉트이자 정체성이에요.


현   그렇다면 녹원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자랑해주세요. 

    녹원의 전 메뉴 모두가 손이 많이 가요. 모든 메뉴를 자랑하고 싶지만, 녹원 대표 메뉴는 ‘시간차(茶)’예요. 시간대별로 마시기 좋은 차를 직접 블렌딩해서 개발했죠. 오후 12시 차에는 박하, 구기자, 말린 파인애플, 레몬머틀이, 오후 3시 차에는 도라지, 감초, 돼지감자가, 저녁 6시 차에는 국화, 허니부쉬, 말린사과가 재료예요. 재료 대부분을 청량리 시장에서 사고, 사과나 파인애플은 직접 말려요.

            차뿐만 아니라 양갱들도 모두 수제예요. 유통기한도 짧고 손도 많이 가죠. 팥도 직접 다 쑤고, 블루베리 잼, 과일청도 직접 만들어요. 모든 메뉴가 팽주들의 손을 거치는 게 녹원의 제일 큰 매력이죠. 일은 힘들지만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녹원 실내의 모습 ⓒ 이현정 에디터


현   아이디어스와 배달의 민족에 입점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다양한 플랫폼에 입점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입점할 때도 법적으로 고려할 것이 많아서 어려웠죠. 아이디어스 입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또, 녹원의 팽주들이 유동적으로 바뀌잖아요. 구성원이 유동적이다 보니 담당자가 녹원을 졸업하고 나면 인수인계하는 과정도 참 어렵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하고 있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요. 그럼 극복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모든 것이 팽주의 손에서 만들어지잖아요. 정말 무궁무진한 곳이죠.


현   자발성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녹원, 팽주들은 녹원이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나요?

    일단 손님들이 쉬어 가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그냥 편하게 오셔서 내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쉬는 곳이요. 그리고 녹원에서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었으면 좋겠어요. 못난이 농작물이나 영농협동조합 원물을 재료로 사용하면서 메뉴를 판매하기만 해도 가치소비가 될 수 있도록요. 그런 식으로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런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 최근에 준비를 시작했어요.


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팽주들끼리 그런 말을 해요. 녹원은 우주에서 유일한 공간이라고. 우주에서 녹원뿐이라고. 학생들의 힘으로 일으킨 찻집 녹원을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공간이 가진 스토리를, 정체성을 알고 찾아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알면 알수록 매력적으로 보이는 공간이거든요.

            주변에서 녹원 근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열정페이’라고들 해요. 그 말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열정페이’만큼 이 공간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는 없는 것 같네요. 모든 팽주들이 급여 없이 근무하고 있지만 그만큼 무궁무진하다는 거죠. 팽주들의 자발성으로 모든 것들이 만들어지잖아요. 열정을 쏟으면 그것 이상의 피드백이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경희대학교 앞에 위치한 전통 찻집 녹원, 다들 많이 찾아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녹원의 문을 두드렸다. 시험 기간이라 북적이는 매장에는 녹원의 포근함을 느끼기 위해 찾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팽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이곳 녹원은 학교 앞을 지키는 전통 찻집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쑥 꼬숩이(좌)와 단호박 크림치즈 양갱(우) ⓒ 이현정 에디터


‘가장 추천하는 메뉴로 한 잔 주세요’라는 말에 신팽 남유빈님이 쑥 꼬숩이를, 한번 맛보라며 대표팽주 정수연님이 단호박 크림치즈 양갱을 담아 왔다. 트레이에 담긴 음료와 양갱을 모두 먹고 나니 녹원의 엽서존이 눈에 보여 간단한 감사 인사를 남겼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에 짧은 코멘트를 붙여둔 것뿐이지만, 이곳은 손님들이 건네는 작은 마음들이 모여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끔은 팽주들의 열정이 녹아 있는 녹원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editor. 이현정



#회기동  #녹원  #우주에서_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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